GK:2.2.1 촌락의 입지와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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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지리: 2. 인구와 거주 공간 > 2. 촌락 > 1) 촌락의 입지와 기능


1) 촌락의 입지와 기능

촌락이 자리 잡고 있는 장소를 촌락의 입지(location)라고 한다. 촌락은 그 입지에 따라 기능이 달라진다. 평평하고 넓은 평야에 자리 잡고 있는 촌락은 농업을 기능으로 하는 마을이 대부분인데 비해, 해안에 자리 잡고 있는 촌락은 어업을 영위하는 마을이 많다. 한편 산지에 있는 마을은 임업과 농업 등 비교적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1) 농촌(farming village)

농촌은 주민들이 농업을 생업으로 삼는 마을로, 한국 촌락의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 과거에 비해 농촌 인구가 극심하게 줄었고, 전체 산업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많이 줄었지만, 농촌이 지닌 중요성은 아직도 여전하다.

농업은 지형, 기후, 토양 등 자연조건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농촌의 입지는 자연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특히 농업에 중요한 농경지와 물의 분포가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한국에서는 농경지의 개간이 큰 하천 유역의 충적지 보다는 작은 하천을 끼고 있는 구릉지에서 먼저 이루어졌다. 이는 홍수의 위험을 피하고 물을 보다 쉽게 이용하기 위해서였으며, 나중에 물을 다스릴 수 있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큰 하천 변의 비옥한 충적평야로 농경지가 확대되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농촌은 구릉지에 입지하고 있는 경우가 가장 많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산이나 구릉지의 기슭으로, 이 중에서도 지형이 우묵하게 파인 골짜기에 주로 들어서 있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전형적인 촌락 입지를 ‘배산임수의 골짜기’라고 표현한다. 마을은 평지와 산지가 만나는 완경사면에 남향으로 입지하는데, 이러한 곳은 햇볕이 잘 들 뿐 아니라 지하수면이 낮아서 음료수를 쉽게 얻을 수 있으며, 홍수의 위험도 없다. 또한 등지고 있는 산지가 겨울의 차가운 북서계절풍을 막아 줄 뿐 아니라, 배후산지에서 땔감이나 건축재, 그리고 다양한 먹거리를 얻을 수 있다. 마을 앞을 흐르는 작은 하천 변에는 평지가 펼쳐져 있어 농사를 짓기에 적당하다. 한국의 취락 입지에 강한 영향을 미쳐온 전통지리사상인 ‘풍수지리사상’에서도 이러한 입지를 가장 좋은 ‘명당’이라고 간주하고 있다. 농경지가 큰 하천 변의 충적평야로 확대된 뒤에도 이러한 농촌의 입지는 큰 변화가 없었다. 농경지는 충적평야에 있지만, 마을은 평야 주변의 구릉지에 들어섰다. 하천의 범람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높은 곳을 찾아 마을을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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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7. 한국 농촌의 입지(강원도 고성군)

한국의 농촌은 대부분 오랫동안 벼농사를 주업으로 해왔다. 이런 마을에서는 벼를 재배하는 논과 여기에 물을 대는 저수지와 수로 등 수리시설이 대표적인 촌락경관이다. 논은 1970년대 이후 작업에 유리하도록 네모반듯하게 정리가 잘 되어 있으며, 마을과 농경지를 연결하는 농로도 잘 정비되어 있다. 집안에 수확한 농산물과 농기계 등을 보관할 수 있는 창고가 있으며, 농사와 관련된 여러 가지 작업이 이루어지는 마당이 넓은 것이 가옥구조의 특징이다.

그림 2-8. 벼농사 농촌의 경관(전북 김제시)

(2) 어촌(fishing village)

어촌은 어업을 위주로 하는 주민들이 거주하는 마을로,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에는 많은 어촌이 존재한다. 그런데 한국의 어촌들은 어업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생활하는 마을 보다는 농업을 겸하는 반농반어의 생활을 영위해온 마을들이 적지 않다.

어업을 위주로 한 마을은 경지가 적은 암석해안에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암석해안은 배후산지가 해안에 인접해 있어 파도에 의한 침식으로 기반암이 많이 노출되어 있는 해안으로 넓은 모래사장으로 이루어진 모래해안에 비해 수심이 깊어 어선이 드나들기 편리하고, 근처의 해저에 암초가 많아 서식하는 패류와 조류도 많고 어류도 훨씬 풍부한 편이므로 어업 발달에 좋은 조건을 구비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한국의 어촌은 바다로 돌출되어 있는 헤드랜드(head land)와 헤드랜드 사이의 만입부의 좁은 평지에 발달해 있다. 이것은 헤드랜드가 거친 파도와 바람을 막아주는 자연방파제 역할을 하여 태풍 등 악천후 시에는 어선을 보호하고 평상시에도 잔잔한 수면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어촌들이 바다 쪽으로 열린 한 면을 제외하고 나머지 삼면이 산지나 구릉지로 둘러싸인 골짜기에 남향으로 들어서 있다. 주변 산지를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햇볕이 잘 들기 때문에 생선과 해조류를 건조하는 데도 상당히 유리하기 때문이다.

반면 모래해안으로 이루어진 곳에 자리 잡은 촌락은 과거에는 어업 보다는 농업을 위주로 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모래해안이 해수욕장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관광기능을 가진 마을도 적지 않다.

어촌에서는 배를 대는 선착장과 방파제, 등대 등이 주요한 경관요소이며, 관광어촌에서는 해수욕장과 식당과 여관, 주차장 등을 볼 수 있다. 가옥들은 어항이 바라보이는 산지의 경사진 곳에 집중되어 있으며, 가옥 주변에는 소규모의 농경지가 분포한다. 어촌의 가옥은 농촌의 가옥에 비해 규모가 작으며, 마당이 좁다. 대부분의 작업이 바다나 바닷가에서 이루어지므로 집은 휴식만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림 2-9. 어촌의 경관(경북 울진군)

(3) 산촌(mountain village)

국토의 70%가 산지인 한국은 산촌이 적지 않으나, 그 기능 면에서는 농촌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농업을 중심으로 한 마을이 많으며, 임업 · 광업 등 산지의 특성을 살린 생업을 영위하는 마을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산촌은 생태적으로 변화가 많은 지역에 위치하여 한정된 범위 내에서도 고도에 따라 다양한 자연조건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마을의 입지와 기능이 달라진다.

평지의 농촌에 비해 경사가 급하고 기후조건이 열악하여 불리한 농업 여건을 지니고 있고 교통도 불편하여 과거에는 밭농사 위주의 자급자족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목재나 땔감 등의 임산물의 생산으로 현금 소득을 얻었다.

이러한 산촌에 큰 변화가 온 것은 1960년대부터 자원개발이 이루어지면서부터이다. 특히 한국의 동부에 위치한 태백산지에서는 석탄, 석회석 등의 광산이 개발되면서 이를 중심으로 한 광산촌락이 형성되었다. 이곳에서 생산된 무연탄이나 시멘트 등을 수송하기 위한 철도 및 도로망이 확충되면서 산지는 보다 다양하게 개발되었다. 여름에 서늘한 산지의 기후를 이용하여 무, 배추 등을 재배하는 고랭지 농업이 발달하였으며, 초지를 조성하여 한우와 젖소 등을 기르는 목축업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때 묻지 않은 자연환경과 아름다운 경치를 활용한 관광산업이 빠르게 발달하고 있다. 스키장, 휴양림, 콘도미니엄 등 스포츠 · 레저 산업이 활발해지면서 산촌도 큰 변화를 겪게 되었다.

한편 한국의 산촌 입지는 농촌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고도가 올라갈수록 생활환경이 나빠지기 때문에 남한의 경우, 해발 1,000m 이상의 고도에서는 마을이 거의 없다. 또한 일조시간이 짧은 산지의 특성 때문에 평지의 농촌에 비해 향에 더욱 민감하여 대부분의 산촌들이 남향을 취하고 있다. 산촌의 가옥들은 경사진 땅에 자리 잡아 대지의 규모가 작다. 산지는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고 바람이 심해 가옥구조도 폐쇄적이다. 농촌에서는 마당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이 산촌의 가옥에서는 실내에서 이루어지고 과거에는 외양간도 실내에 있었다.

영문

1) Location and features of rural vill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