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2.3.4 가난한 나라 혹은 가난한 사람이 돈을 빌리기 어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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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나라나 가난한 사람들은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기가 어렵고 따라서 높은 이자율로 사채를 쓰거나 돈을 아예 빌리지 못해서 좋은 사업 기회나 아이디어를 실현시키지 못하고 가난에 갇혀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은행은 왜 이들에게 대출을 잘 하지 않을까요?

가난한 사람이 돈을 빌리기 어려운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은행이나 대부자가 돈을 빌려주는 목적이 대출을 통해 이윤을 얻기 위해서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그럼 은행은 어떻게 대출을 통해 이윤을 얻을 수 있을까요? 우선 빌려준 돈에 이자를 더해서 빌려준 원금보다 더 많은 돈을 받아야 하겠지요. 은행이 고객의 예금을 이용해 대출을 한다면, 예금에 지불하는 이자보다 대출에 붙이는 이자가 더 높아야 합니다. 이 차이를 예대이자율 차이 – spread-라고 하고 이 이자율 차이가 고전적인 상업은행 수익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대출이자율만 높이면 되겠네 하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은행이 직면하는 가장 큰 문제는 돈을 빌린 사람이 원금과 이자를 지불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고 따라서 대출의 예상 수익을 계산할 때, 대출금을 되돌려받지 못할 확률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돈을 되돌려줄 확률이 99%인 고객 (A)과 90%인 고객 (B)두 사람이 있다면, A고객의 경우 99%의 확률로 돈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1%의 확률로 돈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A고객에게 받을 수 있는 돈의 기대치는99센트(=0.99*$1 + 0.01*$0)가 됩니다. 동일한 논리로 B 고객에게 $1를 대출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돈의 기대치는 90센트(= 0.9*$1 +0.1*$0) 밖에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손실을 입지않기 위해서는 은행은 A고객에게는 적어도 1.01% , B고객에게는 최소 11.11%의 이자율을 요구해야 합니다. 이 예를 통해 우리는 은행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대출을 값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고객에게는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율을 책정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원리는 은행에서 뿐만 아니라 보험에도 그대로 적용이 되는데, 대학생들의 자동차 보험료가 50대 운전자보다 높은 것, 군인들의 생명보험료가 높은 것, 노인들의 의료보험 수가가 높은 것도 모두 같은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가난한 사람들이 위험이 높은 유형의 고객으로 인식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두가지 이유를 들 수 있는데, 첫번째는 가난한 사람들의 경우 이전의 금융거래 경력이 없거나 부족한 경우가 많아서 이들이 믿을만한 고객인지를 은행이 확인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은행의 편견이 개입되어 있을 여지도 있습니다. 두번째 이유는 고객의 위험도를 파악하기가 어렵거나 위험도가 높다고 의심될 때, 은행들이 그 위험에 대비해서 담보(collateral)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산이 없는 사람들의 경우, 담보로 제공할만한 자산이 없기 때문에 은행의 입장에서는 이런 고객들에게 대출하는 것을 꺼려할 수 있습니다.

해외 은행들의 입장에서 보면, 전후 한국은 가난하고 담보로 잡을 자원, 자산도 없는 매력없는 고객이었을테고, 따라서 원조를 제외한 상업적인 대출을 낮은 이자율로 얻기는 어려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