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5.1 거시경제 정책기조의 변화와 중화학 공업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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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말 한국은 임금과 물가가 빠르게 상승한 반면 환율은 외자의 이자비용 상승을 우려해서 고정시키면서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이 빠르게 악화됩니다. 동시에 부동산 투기의 과열로 집값과 전세값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일반 서민들의 불안과 불만 또한 커지는 상황이었습니다. 80년 12.12 쿠테타 이후 1981년 3월 출범한 신정부는 물가 안정을 거시정책의 기조로 삼고 1986년까지 통화와 재정 모두 강력한 긴축을 단행합니다. 특히 재정긴축은 전년도 예산에 일정정도의 증가분을 붙이는 점증주의 관행을 배제하고 전년도와 비슷한 사업일지라도 그 사업의 시행효과, 경비 수준을 영점에서 새롭게 판단하는 영점기준 (zero-base budgeting) 예산방식을 도입합니다. 이런 재정긴축으로 1975~1981년 사이 연평균 34.6% 증가했던 통합재정지출 및 순 융자가 1982~1986년 사이에는 7% 수준으로 낮아졌고 정부의 재정수지도 1981년 GDP 대비 4.3% 적자였는데 1986년에는 재정지출의 감소로 0.1%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이런 긴축정책과 81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한 유가에 힘입어 1980년 28.7%, 1981년 21.4%에 달하던 물가상승율이 1982년 7.2%, 1983년 3.4%로 급격하게 낮아지고 이후 소비자 물가 상승율은 지속적으로 10% 미만에 머물게 되는 전기가 마련됩니다. 그리고 이런 안정기조가 유지되면서 1981년 이후부터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면서 1983년에는 12.2%, 1984년에는 9.9%라는 높은 경제성장을 기록하게 됩니다.

재정긴축과 함께 중화학공업화 당시 과잉투자와 2차 오일쇼크가 겹치면서 발생한 중화학공업부문의 채산성 악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투자조정도 이 시기에 이루어집니다. 자동차, 건설중장비, 발전설비 등 3개 핵심부분 외에도 당시 구조적 불황에 봉착한 해운산업도 합리화 대상으로 지정되는데, 정부의 개입 방식은 이들 기업의 잘못된 경영을 처벌하고 바로잡는 방식 보다는 이들 산업에 대해서는 합리화 기간동안 신규사업자의 진입을 규제했고 해당 기업들에 대한 정부나 정부관리 금융기관들이 구제금융을 지원하고 부채를 보전해주는 등의 조치와 세제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1986~88년의 부실기업 정리과정에서는 자산을 초과하는 모든 부채를 보전해준다는 지원기준에 따라 9,863억의 원금을 탕감해주었고, 1조 6,406억원에 대한 원금상환을 유예해주었으며, 4조 1,947억원에 대한 이자를 유예 또는 감면해주었습니다. 또 4,608억원의 신규대출도 사용처에 대한 제한없이 장기 저리로 지원했습니다. 또 조세지원으로 총 2,414억원의 세금을 감면해주었습니다.

이처럼 정부가 주도적으로 기업구조조정을 추진한 것은 이전 정부가 정책적으로 이들 산업을 육성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자 한 측면도 있고 또 이들 대기업들의 부실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경제전체에 미치는 악영향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화학공업화 추진 당시 정부의 엄청난 지원을 받아서 사업에 뛰어든 대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하자 다시 그 산업의 경쟁을 제한하고 막대한 공적 자금을 투입해서 수익성을 보전해주는 이런 정부의 개입방식은 이들 기업들에게는 과도한 특혜를 준 것일 뿐만 아니라 특혜를 받지 못한 다른 산업과 기업들에게는 너무나도 불공평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이들 기업으로 하여금 기업환경 변화에 대응해서 경영을 다각화하고 업종을 전환하는 등의 자구노력을 기울이기 보다는 정부의 보호와 지원을 기대하는 도덕적 해이를 낳습니다. 그리고 중화학공업 추진 당시 금융지원을 위해 막대한 부담을 떠안았던 은행들은 산업합리화와 부실기업 정리 과정에서 대규모 부실채권을 떠안게 되는데 1984년, 85년에 추계된 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각 4조원과 5조원으로 은행 전체 대출의 약 14.5%와 14.9%라는 엄청난 규모였습니다. 결국, 한국은행은 부실을 떠안은 은행들의 수지 악화를 막기 위해 1985년에 2,999억원, 1986년에 6,844억원, 1987년에 7,738억원 등 총 1조 7,221억원을 3%의 이자로 6개 은행에 공급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