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5.3.1. 재벌체제 공고화와 문제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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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는 재벌체제가 확립되고 공고해진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벌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변화를 보면1970년대를 거치면서 재벌의 비중이 두 배 이상으로 증대하였고 1980년대 이후로는 큰 변화없이 비중이 등락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표 5.3. 재벌 부가가치생산의 GDP대비 비중 자료 : 김기원(2001)
1973 1978 1983 1989
상위 5대 재벌
상위 10대 재벌
상위 20대 재벌
3.5%
5.1
7.1
8.1%
10.9
14.0
10.0%
13.0
16.0
8.4%
10.4
13.5

그리고 30대재벌의 계열사 숫자도 아래 표에서 보듯이 1970년의 126개가 1979년에 479개로 급증한 다음 한동안 정체상태였고 그후 1990년대 후반에 크게 증가하였으나 1970년대의 증가속도에 미치지는 못하였고 2000년에는 567개로까지 하락하였습니다.

표 5.4. 30대 재벌 계열기업 수의 변동 자료 : 강철규 외(1992:115)
연도 1970 1979 1982 1985 1987 1989
총수 126 429 402 404 474 513
평균 4.2 14.3 13.4 13.5 15.8 17.1

아울러 중소기업에 대한 재벌의 지배체제도 1980년대 전반을 거치면서 공고화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중소기업 중 하청업체의 비중이 1978의 18.2%에서 1987년엔 48.5%로 급증했습니다. (이재희, 1999:56).

하지만, 이런 재벌체제는 몇가지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상당수의 재벌들이 총수와 그의 가족이 핵심적인 경영결정을 내리는 개인기업 또는 가족기업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선진국들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개인기업 또는 가족기업으로 출발하지만 기업의 규모와 범위가 급격히 확대되어 한 나라의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준에 이른 후에도 여전히 가족기업으로 운영되는 것은 두가지 점에서 문제가 됩니다.[1] 우선, 재벌기업의 경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재벌 총수가 대를 이어 세습됨으로써 총수가 선출되는 인재풀의 모집단이 제한될 수 밖에 없고“변동하는 경제환경 하에서 대규모의 계층적인 경영조직을 움직일 수 있는 인재를 가족 중에서 발견하는 것은 완전히 예외적이다"(森川英正, 1996:57)는 점을 인정한다면 재벌체제 하에선 소유주이지만 비전문가인 최고경영자가 등장할 확률이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총수들은 기업의 발전잠재력을 훼손하고, 심지어 기업을 파산으로까지 몰아넣을 수 있고 재벌기업들의 거대한 규모로 인해 국가 경제 전체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잠재적 위험요소가 됩니다. 두번째는 도덕적 해이의 문제입니다. 재벌체제에서 일반주주들의 권리는 IMF사태 이전까지는 전적으로 무시되었고, 채권자인 은행 역시 관치금융 하에서 대출에 대한 사전심사와 사후감독에 소홀했습니다. 따라서, 총수의 무능에 대해 손쓸 수 없었음은 물론이고 나아가 부패에 대한 감시·견제 장치도 부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하에서 재벌체제가 발전하여 기업이 거대화되면서 총수부패의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재벌체제가 가진 두번째 문제로 지적될 수 있는 것은 문어발식 기업다각화 경영 방식입니다. 사실, 우리 나라에서 재벌의 선단식 경영이 발전한 것은 시장의 미발달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본시장과 노동시장이 미발달한 상황에서 시장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계열사들간에 자본과 노동력을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시장을 대체·보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또, 공업화 초기에는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기업외부에서 기업의 투자전망을 제대로 판단하기 힘든데, 이런 상황에서 기존 계열사가 출자하고 지급보증을 제공함으로써 신규투자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1960년대에서 80년대까지 선진국에서 이미 만들어진 시장과 기술을 수입하고 모방하는 수준의 공업화에선 수요창출이나 기술 개발 보다는 오히려 자금력, 관리능력, 정부보조를 획득하는 능력 즉 일반적이고 유연한 자원과 능력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박철순, 2000) 이런 선단식 경영은 주어진 환경에 합리적으로 대처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우리 경제구조가 점차 고도화됨에 따라 마케팅, 기술, 브랜드 등 산업 고유의 자원과 능력이 갖는 중요성이 크게 증대하였고(박철순,2000) 이전처럼 자금력, 정부지원획득능력 등의 일반적인 능력만으로 새로운 산업에 진입해서 성공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재벌들은 기존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선진국과 동등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새롭고 어려운 길 보다는 종래와 같이 신규사업진출 쪽으로 투자방향을 설정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창업주들이 아닌 2, 3세들이 재벌의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경영능력이 뒤떨어진 이들이 선대의 경영방식을 답습하는 과도한 다각화로 기업을 위기로 몰아넣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고, 1980년대 중반 이후의 금융시장 자유화와 민주화로 정부의 과잉투자 조정능력이 크게 약화되면서 문어발식 기업확장은 이전보다 더 큰 위험요소가 됩니다.



  1. 일본의 경우에도 많은 대기업들이 가족기업으로 출발해서 크게 성장했지만, 가족기업 운영형태로 인한 문제점들은 1930년대부터 표면화되었고, 2차대전 후 미군정의 재벌해체조치에 의해 가족경영 문제는 일거에 해소되어버립니다(柴垣和夫, 19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