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5.5.2.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격차 확대
87년 이후 노동자들의 조합결성운동은 노동자들의 지위를 개선하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노동조합 결성이 주로 대기업, 대규모 사업장 위주로 이루어지면서 이 시기 이후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격차가 급격하게 확대됩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1987년 75%를 상회했던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1인당 소득은 1989년 67%선으로 급감하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하락해서 2002년에는 처음으로 절반 이하로 감소합니다.
이처럼 제조업 생산직 노동자들의 임금이 급격하게 상승하자 이후 대기업들은 추가적인 고용을 억제하는 대신 노동장비율(labor equipment ratio)[1]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합니다. 아래 두 그림은 그 추세가 얼마나 극적이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1988년 이후 대기업들의 매출은 꾸준히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종사자 수는 1988년을 기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서 2002년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합니다. 이에 비해 중소기업 종사자 수는 특별한 추세선 없이 경기변동에 따라 증감을 거듭하면서, 전체 제조업 종사자 중 중소기업 종사자의 비중은 꾸준히 상승해서 1987년에 60%에 미치지 못했던 중소기업 종사자 비율이 1993년에는 70%를 넘어서게 됩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장비율과 생산성 차이를 확대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노동 생산성 추이를 나타낸 아래 그림을 보면 80년대 중반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은 대기업의 45~50%선을 유지하지만 1987년 대기업의 노동생산성이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생산성 격차는 급속도로 확대되어 1995년이 되면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이 대기업의 35%선까지 하락하고 이후에도 그 격차는 지속적으로 확대됩니다. 물론 이런 생산성 격차가 전적으로 80년대 후반 대기업 생산직 노동자들의 임금상승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수출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에 직면한 대기업들이 80년대부터 연구개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 반면 90년대 벤쳐기업들이 생기기 이전에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대기업들의 부품하청으로 저임금에 기반한 비혁신형 기업들이 많았기 때문에 80년대 이후 생산성의 차이가 확대된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 격차가 얼마나 큰지는 다른 나라들과의 비교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1996년부터 2001년까지 평균 생산성 격차를 비교하면 영국은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66.8%, 프랑스는 64.5%, 이태리는 61.5%이고 가장 가까운 일본은 50%인데 반해 같은 시기 한국은 32.5% 선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한국과 일본의 생산성 격차가 1980년대 이후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면, 일본의 경우 생산성 격차가 지난 40여년동안 큰 변화없이 45%~55%사이에서 변동하는데 반해 한국은 그 격차가 80년대에는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1987년을 기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해서 생산성 격차가 현재는 일본보다 현저하게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생산성 격차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격차를 크게 할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낮은 생산성이 제조업 전체 생산성 향상을 어렵게 하는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낳게 됩니다.
- ↑ 노동장비율은 기업체의 유형자본재(physical asset)의 양을 노동자 수로 나눈 것으로 노동자 1명당 투입된 자본의 양을 말합니다. 흔히 노동장비율이 높은 산업을 중화학공업 같은 자본집약적인 산업으로 낮은 산업이 섬유, 의류같은 노동집약적인 산업으로 분류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