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6.3 금융자유화와 재벌기업의 금융지배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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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부터 시도되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던 금리자유화는 1991년 4단계 금리자유화계획이 발표되면서 다시 시행됩니다. 1단계로 91년 11월부터 자유화의 필요성이 크고 규제의 실효성이 작은 일부 단기 여수신 및 3년 이상 장기예금에 대한 이자율이 자유화되고 이후 93년 11월에 모든 대출과 2년 이상(적금 등 3년 이상) 장기예금의 금리가 자유화되는 등 1995년 말에는 대부분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자유화 되었고 금융상품들의 발행조건, 만기 등에 대한 규제도 완화 또는 폐지됩니다. 금리자유화 순서에서는 단기 금리를 먼저 자유화하고 장기금리는 금리자유화 이후에도 비교적 오랫도안 정부의 간접적 통제 하에 있게 됩니다. 특히 단기 금융증권인 기업어음(commercial paper)의 경우 만기와 최저금액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었고 금리에 대한 행정지도도 완전 철폐되고 발행물량에 대한 제한도 없어지면서 실질적으로 가장 먼저 완전자유화된 금리가 됩니다.

이렇게 단기금리가 먼저 자유화되면서 기업들이 자본조달을 위해 기업어음을 선호하게 되고 은행들도 신탁계정에서 기업어음을 많이 보유하게 되면서 기업들과 은행들의 재무구조를 취약하게 만듭니다.

금리자유화와 함깨 금융자유화의 일환으로 금융회사의 설립이나 경영 및 자금조달에 대한 각종 규제들도 완화되고 금융기관들이 겸업을 하는 것도 확대, 허용됩니다. 또 이전에는 허용되지 않았던 15대 재벌들의 생명보험사 소유(지분의 50%까지)가 허용되고 1996년에는 5대 재벌을 제외한 모든 재벌사들이 생명보험사를 소유하고 통제하는 것이 허용됩니다.

하지만 이런 금리가 자유화되고 금융기관들의 겸업이 허용되면서, 시중은행들이 기존 투자금융회사들의 영역이었던 기업어음 시장에 대거 진출하고 투자금융회사들이 급속도로 부실화되는 문제점을 야기합니다. 이에 따라 1991년 금융회사의 합병 및 전환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투자금융회사들이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는데, 특히 1994년과 1996년에는 각각 9개와 15개의 투자금융회사들이 모두 종합금융회사로 전환하면서 투자금융회사라는 업종은 사라지고 1996년 말에는 30개의 종합금융회사들이 난립하는 상황이 됩니다.

문제는, 이들 종금사들은 한국은행의 감독을 받는 은행들과는 달리 재정경제원이 감독주체였고 재정경제원은 이렇게 갑자기 늘어난 수의 종금사들을 감독할 인력이나 노하우가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종금사들의 대출이나 자본조달에 관한 규제는 매우 느슨했는데, 일례로 은행은 자기자본의 최대 45%까지만 한명의 대부자 또는 기업에게 대출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데 반해, 종금사는 자기 자본의 최대 150%까지를 한명의 대부자에게 대출할 수 있었습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 금리자유화와 해외 차입시장 개방으로 은행들과 종금사들이 외화대출경쟁을 벌이면서 경제 전체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었지만, 은행감독원은 1997년 6월에 가서야 은행이 외화예금인출이나 채무갱신 거부에 대비한 외화보유량 지침을 처음으로 도입했고 재정경제원은 종금사와 같은 비은행금융기관들에 대해 외환보유량에 관한 어떤 지침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Kim and Chung (2007)은 금리자유화와 금융기관들의 겸업 허용 등이 신속하게 집행될 수 있었던 이유는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비용 상승을 우려해서 금리자유화에 반대했던 재벌들이 1980년대 후반부터 비은행 금융기관들을 소유하고 민영화된 은행들의 지분에도 참여하면서 금리자유화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재벌들은 자신들이 소유할 수 있는 은행의 지분상한을 인상하고 해외에서 보다 자유롭게 자본을 차입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등 금융자유화 요구를 강화했고, 재벌들의 이런 요구는 당시 민주화와 자유화를 요구하는 시대 분위기와 맞물려 힘을 얻었고 정부는 재벌들을 규율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1995년 재벌들의 금융기관 소유현황을 보면, 10대재벌은 총 25개의 비은행금융기관을 소유했고 30대 재벌은 총 43개의 비은행금융기관을 소유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표 6.2)

표 6.2. Chaebol-owned Non-Bank Financial Institutions. Notes: Others include factoring companies, credit card companies and credit unions
Source: Bank Supervisory Authority of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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