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6.4 재벌들의 공격적인 투자와 수익성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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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절에서 살펴보았듯이, 5대 재벌들이 해외에서 보다 낮은 금융비용으로 자본을 조달할 수 있게 되면서 국내 은행에의 의존도를 줄인 반면, 6~30대 재벌들은 이전에는 상대적으로 접근이 어려웠던 은행의 대출금을 손쉽게 조달할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19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소유를 늘여온 비은행금융기관들을 통해 새로운 자본들을 추가로 조달할 수 있게 되면서,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합니다. 하지만 4.3.1.절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들 재벌기업들의 투자는 기존 산업에서 생산하던 제품들을 개선, 혁신해서 해외시장에서 보다 고급시장으로 진출하기위한 투자가 아니었고 대부분 기존 산업이 아닌 새로운 산업으로의 진출을 위한 투자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와 달리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새로운 산업에 진입하기 위해 필요한 인적 기술적 자원과 노하우가 높아졌고, 80년대 중반 이후 급속도로 상승한 임금과 지가로 인해 비용구조 또한 악화되면서 이들 재벌기업들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됩니다. 기업 규모별로 수익성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5대 재벌의 상황은 비교적 양호했지만, 6~10대 재벌의 수익성은 1% 전후에 머물렀으며, 11~30대 재벌들의 평균 수익률은 1993~1996년의 4년간 거의 영이거나 음을 기록했습니다.

표 6.3. 30대 재벌의 수익성 악화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1993 1994 1995 1996 1997
1~5대 재벌 1.86 3.54 4.86 1.41 0.43
6~10대 재벌 0.87 1.17 1.10 -0.49 -2.15
11~30대 재벌 -0.40 -0.06 -0.08 0.08 -3.00
총평균 1.11 2.19 3.15 0.23 -2.13

또 다른 문제점은 재벌들의 투자자금 조달 방식인데, 투자의 대부분을 주식발행을 통한 자본조성을 통해 하지 않고 부채를 통해 조달했기 때문에 이들 기업들의 부채비중이 상당히 높았습니다. 1997년 당시 30대 대기업의 부채-자본비율(debt-to-equity ratio)은 518%로 부채가 전체 자본금보다 다섯배 이상 더 많았습니다. 이렇게 부채비율이 높았던 이유는 과거 정부-대기업 간의 결탁으로 인해 대기업은 망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팽배했고, 주식을 발행하는 경우 재벌 가족들의 소유권이 희석되고 순환출자를 통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율로 기업을 통제하는 한국 재벌의 특성상 이들 재벌들은 주식발행을 통한 자본조달 보다는 부채를 통해 투자자금 대부분을 충당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높은 부채비율은 한국 재벌들의 오랜된 특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간단한 국제비교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데, 한국, 미국, 일본, 대만 네 나라의 제조업 부채비율을 비교한 아래 그림을 보면 한국과 일본의 상대적으로 높고 미국과 대만의 부채비율은 한국과 일본에 비해 현격하게 낮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경우도 지속적으로 한국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했고 또 한국과 달리 지속적으로 부채비율이 낮아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흥미로은 점은 제조업 전체의 부채비율과 30대 대기업들의 부채비율을 비교하면 30대 대기업들의 부채비율이 특히 더 높다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상대적으로 낮은 이자율의 정책금융이 대기업들에게 집중되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마지막으로 1995년부터 부채비율이 상승하기 시작해서 1997년에는 한국의 기준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까지 부채비율이 올라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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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대기업들의 부채비율을 살펴보면, 1997년과 같이 높은 수준으로 부채비율이 상승한 시기는 1971년과 1981년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두 시기 모두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중된 시기였고 결과적으로는 기업들의 사채의존으로 문제가 발생한 1971년에는 8.3조치를 통해서, 그리고 중화학 공업화 기간동안의 과잉투자로 부채비율이 높아진 1981년의 경우 정부의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들이 구제되어야 했습니다. 1997년의 경우 이 높은 부채비율이 이전처럼 해결되지 못하고 외환위기로 이어지는데, 이 경우 부채의 상당부분이 은행들이 해외에서 차입한 자본이라는 점도 있지만, 그것보다도 이들 부채의 대부분이 단기차입이었다는 점이 문제가 됩니다. Hahm and Lim(2005)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The 1997 crisis was different in that it involved a significant number of short-term loans provided by foreign creditors in the private sector. With the liberalization of capital markets in the 1990s, the amount of capital inflow into Korea had greatly increased in the years leading to the crisis. …Particularly problematic was the relative size of short-term foreign debt. In 1997, the amount of foreign debt coming due in a year was more than twice Korea’s foreign currency reserves. The ratio between short-term foreign debt and foreign currency reserves rapidly deteriorated in the second half of the year.…(Hahm and Lim, 2005, p.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