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6.5.3. IMF 위기 이후의 대응

CefiaWiki
이동: 둘러보기, 검색

구제금융을 지원하면서 IMF는 긴축정책과 고이자율을 요구한 단기 거시정책처방과 함께 경제 각 분야에서의 장기적인 구조조정을 요구했습니다. 구조조정은 금융시장, 기업 지배구조, 자본시장 자유화의 세가지 큰 항목으로 요약될 수 있는데, 금융구조조정은 부실금융기관 퇴출 및 정리와 금융기관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BIS 자기자본 비율 확보를 강조하고, 기업부문 구조조정은 기업 회계의 투명성을 높이고 지나치게 높은 부채비율의 하향조정을 강조하는 등 경제구조를 보다 투명하게 하고 동시에 보다 영미식의 경제구조로 전환할 것을 요구합니다.

1997년 4분기부터 1998년 2분기까지의 고강도 긴축정책과 고이자율정책을 통해 경상수지를 흑자로 돌리고 외환보유고를 늘이라는 IMF의 요구사항은 단기적으로 기업도산과 실업을 늘이는 등 큰 고통을 수반했습니다. 이후 환율이 안정되고 초기 유동성 위기가 완화되자 1998년 5월 이후 정부는 긴축정책을 완화해서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고 재정적자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을 취합니다. 이후 경제는 빠른 속도로 회복해서 1998년 5.7% 하락했던 GDP가 1999년에는 다시 10.7% 증가하면서 거시경제적으로는 불황에서 벗어나고, 2001년 8월에 IMF에 구제금융을 빌렸던 195억달러 전액을 상환함으로써 공식적으로 IMF 관리체제를 졸업합니다.

이 과정에서 경제 전반에 걸쳐 고강도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는데, 구조조정은 크게 기업부문, 금융부문, 노사관계 부문의 세 분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기업부문에서는 대기업들이 집단으로 도산한 원인이 1)경영정보 감시와 책임의 부재 2) 재벌 계열사간의 과도한 금융거래로 인한 복잡한 재무구조 3) 과다 차입과 높은 금융 비용 4) 중복 과잉투자와 사업 다각화 5) 재벌총수의 전횡과 무책임한 투자결정의 다섯가지라고 판단하고 이들 원인들을 해소하기 위한 기업구조조정 5원칙을 수립합니다. 기업 투명성 제고를 위해서는 2000년 6월부터 재벌 계열사 전체의 재무상황을 볼 수 있는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해서 공시하도록 하고, 계열사들의 재무적 독립상태를 강화하기 위해서 1998년말까지 30대 재벌계열사들의 상호지급보증을 해소하고 2000년 3월까지 모든 상호지급보증을 해소하도록 합니다. 또 과도한 부채 의존으로 기업들이 외적인 충격에 취약했다는 판단 아래 부채가 2,500억원 이상인 64개 대기업들이 주거래은행들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약정’을 체결하고 1999년말까지 부채비율을 200%이하로 낮추는 데 합의합니다. 이 결과, 대기업들의 부채비율은 급격하게 낮아지고 그 이후에도 200% 이하로 유지되고 있습니다.[1] (표 6.4)

표 6.4. 30대 재벌의 부채비율 변화 주: 1999년과 2000년에 연속으로 30대 재벌에 포함된 23개 기업집단의 계열사를 대상으로 하여 집계 (금융, 보험사 제외)
자료: 공정거래위윈회
구분 자산총액 자본총액 부채총액 비율
1998년말 366.5 79.2 289.3 363.2
1999년말 374.8 141.9 232.9 164.1
비교 8.3% 62.7% -54.4% -199.1%p

마지막으로, 문어발처럼 여러 산업에 펼쳐져 있던 대기업 계열사들을 정리하기 위해 대기업간의 사업교환 (일명 빅딜)을 추진하고 비핵심 계열사들을 분리,독립시키는 시도를 합니다. 하지만 빅딜은 겉으로는 재계자율이라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으나 실제로는 정부주도로 이루어짐으로써 그 타당성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도 논란의 대상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LG그룹과 현대간의 반도체 빅딜의 경우와 같이 정부와 재계간의 갈등의 원인으로 대두되기도 합니다. [2]

금융산업은 가장 많은 변화가 있었고 구조조정에 가장 많은 공적자금이 투입됩니다. 금융산업 구조조정에 많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것은 금융기관의 경우 부실이 장기화될 경우 다른 산업부문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신속하게 정부 주도로 금융시스템을 정상화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부실금융기관들의 퇴출, 인수/합병 등 다양한 방식이 동원되었는데, 자본이 부족한 금융기관들에게는 공적자금이 투입되어 자본이 확충되었고 동시에 1997년 당시33개였던 은행은 중소은행과 지방은행이 주로 퇴출되면서 2000년에는 23개, 2005년에는 다시 19개로 줄어듭니다. 그리고, 90년대 중반 30개에 달했던 종합금융회사는 자본금 대비 단기차입의 비중이 높았고, 대출의 대부분이 외환위기 당시에 무너진 11~30대 재벌들에 집중되면서 외환위기 직후부터 자본잠식 상태[3] 에 빠집니다. 이후 금융부문 구조조정 과정에서 종합금융회사 대부분이 퇴출되고, 일부는 다른 금융기관으로 전환되어 사라집니다. (표 6.5)

표 6.5. 1997년에서 2000년 사이의 금융기관 구조조정 자료: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기관수
(1997년말현재:A)
폐쇄 합병 합계(B) B/A
은행 33 5 5 10 30.3
비은행 2,069 336 126 462 22.3
합계 2,102 341 313 472 22.4

금융산업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는 은행, 증권, 보험 등을 포괄하는 통합감독기구로 금융감독원과 금융감독위원회가 설립되고, 금융기관 자산의 부실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대폭 강화됩니다. 또 부실이 발생할 경우에 정부의 직접적인 공적자금 투입 없이 부실채권을 신속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자산관리공사’가 설립됩니다.

이와 동시에, 정부는IMF의 요구에 따라, 1997년 말부터 환율은 완전 자유변동환율제로 바뀌고 외환거래에 대한 규제도 완화해서 외환시장이 대폭 개방되었고, 1998년에는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를 폐지하는 등 자본시장이 완전히 개방됩니다.

노사관계 개혁으로는 다양한 형태의 고용방식을 도입하고 정리해고를 보다 용이하게 하는 노동시장 유연화제도가 도입됩니다. 당시, 외환위기로 10~30대 재벌들과 금융기관들이 대거 부실상태에 빠지거나 도산하면서 대기업과 금융기관들에서 정리해고를 추진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지만, 이 부분들을 과거 노동조합이 집중되어 있던 부문이고 경영진의 무능과 감독기관이 정부의 감독소홀에 대한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어서 노동자들의 극심한 반발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쟁점이 된 것은 정리해고제의 도입이었습니다. 이에 정부는 1998년 1월 ‘노사정위원회’를구성해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 협약의 일환으로 노동계가 정리해고제와 변형노동시간제, 그리고 근로자파견제 등 노동시장 유연성을 강화하는 제도를 수용하는 대신 교원노조 허용, 노조의 정치활동 허용, 실업자의 노조가입 허용, 사회보장제도의 정비 등 노동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사항들을 수용하는 것으로 합의를 이루어 냅니다. 이후 근로 기준법은 단기간 노동자의 고용을 허용하고, 근로자 파견제는 26개 직종(전산직 등 전문직종과 청소직 등 일반 직종)에서 용역 및 파견 노동자들을 합법적으로 고용하도록 개정됩니다. 이에 따라, 파견노동자들이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상승하면서, 한국 경제의 고용방식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일련의 개방/유연화정책으로 실업율을 제외한 다른 경제지표들은 급속도로 회복되고 증권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도 다시 활력을 회복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급속한 증가, 투자자금의 대량 유입에 따른 환율하락, 투기자본의 규제 등의 새로운 문제가 대두하면서 한국경제의 성격은 크게 달라지게 됩니다.



  1. 지급보증 해소와 부채비율 낮추기는 재벌의 폐해를 줄이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이지만, 이를 너무 짧은 기간동안에 강제함으로써 여러가지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많은 기업들이 지급보증을 해소하고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주식을 대규모로 발행해서 자본금을 늘이고자 했는데, 당시 주식시장은 외환위기의 여파로 상당히 저평가되어 있었고 이 시기에 외국 금융사들이 집중적으로 한국 기업들의 주식을 매입함으로써 엄청난 액수의 시세차익을 획득했을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손쉽게 한국 기업들의 지분을 확보하게 됩니다.
  2. 빅딜은 1980년대 산업합리화 조치와 외양상 비슷하지만, 산업합리화조치와 비교해서 질적으로는 경제성 원칙에 입각하여 갱생과 청산대산 기업을 분류하고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부실기업들을 처리하려고 노력했고 부실기업을 매각하는 경우에는 비밀리에 인수자를 정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국내외의 인수희망자에게 문호를 개방했다는 점에서 개선된 방식으로 평가됩니다. (한국경제 60년사 편찬위원회, 2010)
  3. 자본잠식(impared capital)은 금융기관의 부채가 자산보다 많아서 금융기관의 자본금이 줄어드는 상태를 말합니다. 부채가 자산과 자본금을 합친 금액보다 많아지면, 금융기관은 완전자본잠식(insolvent)상태가 되고 파산이 불가피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