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7.4 재벌체제의 공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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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동안 11~30위권 재벌들의 몰락과 뒤이은 대우그룹의 해체로 재벌체제는 큰 타격을 입은듯 보였지만, 1~10위권의 대재벌들은 이후 구조조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빠른 속도로 계열사 수를 불리면서 팽창합니다. 특히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로 이루어진 5대 재벌기업들은 2000년에서 2010년 사이 매출액은 302조에서 650조로 115%, 순이익은 13조에서 51조로 292%나 성장합니다. (김승식 2013, p.101) 이후 이들 대재벌 기업들은 친족간 분할을 거치면서 세포분열과 같은 형태로 분리, 성장을 지속하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지배체제를 공고화합니다. 2012년 현재, 30대 재벌그룹 중에서 12개 그룹이 기존의 삼성, 현대, LG가에서 친족간 분할로 이루어진 그룹으로, CJ (12위)와 신세계그룹이 삼성가에서 분리되었고, 현대그룹이 현대자동차(2위)와 현대산업개발그룹(20위)으로 분리되었으며, GS (7위)와 LS그룹(13위)이 LG에서 분리되었습니다. 또한 30대 재벌 그룹 밖에도 한솔그룹은 삼성에서 희성그룹은 LG에서 한라, 현대해상화재 등이 현대가에서 분리된 그룹들로, 친족간 분리가 이루어져서 재벌기업이 분할되면 분할된 기업들이 또다시 계열사를 늘여 모재벌과 유사한 그룹으로 확장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고 현재의 30대 재벌그룹들도 또다시 형제나 친족간 분화로 계속 확장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재벌의 세포분열식 팽창으로 인해 1970년에 126개 불과했던 30대 그룹의 계열사 수는 1989년 513개, 1997년 819개로 증가하고 외환위기 이후 오히려 더 늘어나서 2012년에는 1179개가 됩니다.

30대 재벌그룹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력 집중도는 1997년 84%를 기록한 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일시적으로 위축되지만 이후 다시 높아져서 2010년에는 96.7%로 외환위기 이전보다 더 높아집니다.

표 7.4. 30대 재벌의 경제력 집중도와 고용 비중 추이 자료: 전경련, KDI
1987년 1997년 2001년 2010년
매출액의 GDP 비중 66.0 83.9 67.5 96.7
자산의 GDP 비중 55.1 88.8 58.0 124.5
부가가치의 GDP 비중 10.8 15.0 12.8 40.0
고용의 전체 취업자 비중 4.2 3.0 4.5

30대 그룹에의 경제력 집중이 그 자체로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재벌그룹들의 성장이 경제전체의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경제 전체의 활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그 단적인 예가 재벌기업들이 창출한 부가가치의 GDP 비중과 고용 비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30대 재벌기업이 창출한 부가가치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선에 머물렀는데, 이는 과거 재벌기업들의 수출 방식이 독자적인 기술과 브랜드를 확보하지 못한 주문자 생산방식(OEM)에 기초한 것이 많았고 따라서 수출품의 수익성과 부가가치 또한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외환 위기 이후 대재벌기업들의 기술력이 향상되고 자체 브랜드를 통한 세계시장 진출이 확대되면서, 이들 재벌기업들이 창출한 부가가치가 GDP의 40%라는 높은 수준에 이르게 됩니다. 하지만, 재벌기업들의 이런 성장에도 불구하고 재벌기업들이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로 1997년의 4.2%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매출액이나 부가가치 면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재벌기업들이 고용을 늘이지 않으면서, 이들이 흡수하지 못한 고용부담을 중소기업과 자영업이 떠안는 상황이 발생합니다.[1] 대기업이 고용한 4.5%를 제외한 전체 고용의 95.5% 중 5.5%가 공무원과 공기업 종사자 등 공공부문에, 61.2%가 중소기업에 고용되고, 그리고 나머지 28.8%가 자영업에 종사하는데, 전체 부가가치의 60%를 생산하는 이들 부분이 전체고용의 95% 이상을 책임지게 되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대기업 종사자들의 소득에 비해 크게 낮은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앞서 5장 5절 노동운동의 중흥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격차 확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1987년 이후 대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빨리 상승하고 이에 대기업들이 고용을 줄이고 노동장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격차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에도 이 추세는 지속되어 1987년 중소기업 임금을 100이라고 할 때 110 수준이던 대기업의 임금은 2009년에는 146까지 확대됩니다. 자영업자의 경우, 2010년 현재 월평균 소득은 149만원으로 전체 임금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68%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5인 미만 고용 자영업자의 58%가 월평균소득 100만원 이하이며 26.8%가 적자업체인 것으로 집계됩니다.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보고서, 2012, 자영업은 자영업과 경쟁한다)


  1. 재벌기업들의 고용회피로 인해 2010년 현재 우리 노동시장의 임노동자 비율은 71.2%로 OECD 평균인 83%에 크게 낮은 수준일 뿐만 아니라 비교대상 21개국 중 18번째로 낮습니다.